수치심 권하는 사회
사람들에게 수치심에 관해 물으면 대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왜 그런 얘기를 꺼내는지 모르겠지만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수치심이요? 잘 알죠.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수치심은 남에게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어둡고 심각한 일에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외모, 가족, 일과 경제 관념, 건강, 성생활 등 많은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느끼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은 수치심이 폭력만큼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회피하며 지냅니다.
최근에 자신을 무시하고 괴롭히는 자기혐오로 이어지며 남들의 시선과 생각에 연연하게 만들다 결국 배우자나 연인 자녀에게 화를 내고 친구나 동료에게 못된 소리를 하며 분풀이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대체로 수치심이 그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수치심이 심해지면 강박, 우울, 불안, 공황장애 등 심각한 정서 불안과 고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TED 누적 조회 수 5천400만 뷰를 넘어선 강연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은 그의 저서를 통해 수치심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과 전략을 9가지 주제로 예시와 함께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그중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그는 수치심의 원인을 ‘수치심 거미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정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고려하지 않는 모순된 사회적 기대로 인해 수치심을 느끼게 되곤 하는데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이 요구와 기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런 것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한다.
이런 거미줄에 걸리면 사람들은 두려움 비난 단절감을 경험합니다. 각각 하나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감정들이라 이것들이 복잡하게 뒤엉켰을 때 발생하는 수치심이라는 감정은 무지막지하게 강렬해서 극복하기 어렵게 됩니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거부당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몹시 고통스러운 느낌을 경험하다가 고립감, 무력감, 절망감으로 더욱 깊이 수렁 속에 빠져들고 마는 것이죠. 그렇다면 수치심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수치심 거미줄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자.
두려움과 수치심은 완벽한 한 묶음입니다. 수치심은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은 다시 수치심을 낳습니다. 두려움은 우리가 가진 불완전함 평범함 취약성으로 가족과 배우자 친구 동료 등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시작합니다. 완벽하게 보이려 애쓰고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감추려고 애쓰는 과정이 결국 수치심을 자극하게 됩니다.완벽주의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수치심을 촉발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해, 조언과 지지를 얻어내며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완벽함을 꿈꾸면 남는 건 실패뿐이고 수치심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완벽주의는 자신의 실제 모습을 외면하고 능력과 한계를 무시하게 만듭니다. 완벽함 대신 성장을 선택해 보세요. 현실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실수도 성장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자신을 변화할 가능성이 훨씬 커지게 됩니다. 나는 참을성 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말은 참을성을 길러서 절대 화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그게 아니라 다음과 같이 성장하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좀 더 참을성을 기르고 싶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함 평범함 취약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를 통해 이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수치심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둘째, 한발 물러서서 보자.
우리가 수치심을 느끼는 순간 쉽게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이러한 감정은 세상에서 오직 나 하나만이 느끼는 것이라고 현실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수치심이 사진기에 줌 렌즈처럼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수치심을 느끼면 줌 렌즈는 우리를 확대해서 결함이 있는 자신은 홀로 힘겨워하는 모습을 잡아내죠.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기 마련입니다.‘이런 사람은 나 하나뿐이야. 나는 뭔가 잘못됐어. 나만 이런 거야?‘
그때 필요한 것이 한발 물러서서 보기입니다. 사진 길이를 줌 아웃하여 넓게 보면 나와 같은 문제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시야가 달라지는 것이죠. 이렇게 큰 그림을 보고 나면 우리의 수치심을 촉발하고 자극하는 사회 공동체적 기대의 연결고리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책의 저자 브레네의 브라운은 가장 일반적인 수치심 촉발제인 외모의 문제에 한발 물러서기를 적용해보라고 권유합니다. 그렇게 하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이 가능해집니다.
‘외모에 대한 사회 공동체의 기대는 무엇인가? 왜 그런 기대가 존재하는가? 그런 기대로 이익을 얻는 사람은 누구인가?’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의문을 제거하고 정상화하는 과정의 단계를 거치며 수치심을 극복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셋째, 수치심 회복 탄력성을 키우자.
수치심 회복 탄력성이란 우리가 수치심을 느낄 때의 경험을 통해 수치심의 원인과 극복 방법을 배움으로써 수치심에서 탈출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수치심 회복 탄력성을 키우기 위한 방법 중에서 핵심은 바로 공감입니다.
‘이해해 나도 그런 적 있어. 괜찮아, 네가 정상이야. 그게 어떤 기분인지 나도 알아.‘
수치심을 느낀 사람들은 타인에게서 들은 이런 공감의 말로부터 위로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수치심을 느낄 때마다 늘 타인에게서 공감의 말을 얻길 기대할 순 없습니다. 따라서 공감의 방향을 우리 자신에게로 돌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나 자신의 수치심 감정을 스스로 바라보고 공감하며 위로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스스로 나에 대해서 공감한다면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 극복할 수 있는 수치심 회복 탄력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13년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책 <수치심 권하는 사회>에서 수치심을 없애는 방법을 아홉 가지 단락으로 깊이 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남들의 시선과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과 비난의 문화에서 상처받지 않는 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완벽을 강요하며 수치심을 권하는 사회에서 탈출하여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보시길 바랍니다.